비행 도중 술을 요구한 의혹으로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소속 기장이 "술을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승무원에게 권유한 것 뿐이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은 사실이 확인됐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대한항공 김모 기장은 최근 국토부 조사에서 '주류를 요구했냐'는 감독관 질문에 "술을 달라고 한 적은 없고, 당시 승무원들이 갤리(기내 주방)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있길래 '와인 한 잔 하시라'고 권한 게 전부였다"고 진술했다.
앞서 진행된 대한항공 자체조사에서만 하더라도 김 기장은 '술을 달라고 한 건 단순한 농담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다가 국토부에서 직접 진상을 파악하고 나서자 주류 요구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자체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면피성 해명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과 승무원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기장이 먼저 술을 권했다는 자체가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도 없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거짓 해명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김 기장에게 '술을 권유 받았다'고 지목된 승무원들은 국토부 조사에서 "사실 무근"이라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김 기장의 주류 요구를 직접 목격한 당사자 승무원 "당시 김 기장의 눈빛이 이상했다"며 실제 음주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도 새롭게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쟁점을 두고 당사자들의 진술이 갈리는 부분이 있어 심층 조사를 추가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철저하고 종합적인 검증을 통해 사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김 기장은 지난해 12월30일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여객기에서 '웰컴 드링크'(welcome drink)로 마련된 음료 가운데 샴페인을 집으려했다.
당황한 승무원에게 "(샴페인잔이 아닌) 종이컵에 담아주면 되지 않냐"고 핀잔을 준 김 기장은 몇 시간 뒤 다시 한 번 승무원에게 "종이컵에 와인 한 잔 담아주면 안되겠냐"고 재차 술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기장의 음주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엄중한 일이지만, 대한항공은 "농담으로 한 말이고 실제 음주를 한 것도 아니다"라며 김 기장에게 징계는 내리지 않고 구두 경고로 그쳤다.
그러면서 김 기장의 주류 요구 사실을 회사에 정식으로 보고한 A사무장은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달 8일 항공운항과 감독관 2명을 배정하고 주류 요구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기사원문
https://bit.ly/2YEWC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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